경희미한의원

2023년 6월 8일 복시가 시작되었다. 복시현상이라는 증상을 그때만해도 전혀 몰랐었기 때문에 눈을 너무 혹사해서 일시적으로 피로현상이 왔나보다 이렇게만 생각했다.

피로가 풀리면 괜찮겠지라고 생각했고 잠을 좀 푹 자고 나니 복시현상은 일시적으로 사라져서 다행이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하루가 지나고 주말아침 일어나는데, 시야가 또 이상했다. 이번에는 확실하게 두 눈의 시야가 복시현상이 나타났는데, 오른쪽 눈의 시야가 왼쪽 눈의 시야보다 한단계 층이 져서 아래쪽으로 보이는 것이었다. 복시가 본격적으로 일어나기 전날밤에 한참을 어두운 방에서 핸드폰으로 사진들 분류작업을 하느라 1시간가량 작은 핸드폰 화면을 봤었기 때문에 또 일시적으로 그러다 말겠지 했는데, 쉬어도 좀처럼 나아지지가 않는 걸 보고 이번에는 스스로가 심각하구나, 큰일이구나를 직감했다.

평상시에도 하루의 대부분을 컴퓨터 모니터를 보면서 일하고, 핸드폰 사용시간도 하루 평균 3시간은 됐었고, 집에서도 컴퓨터와 TV를 동시에 보면서 지내는 시간이 많았었기 때문에 눈이 제대로 고장났구나 싶은 생각에 아찔했다.

급하게 검색엔진으로 복시에 대해서 알아봤고, 처음에는 복시만 있었지 안검하수는 느끼지를 못했기 때문에 안과적인 문제인줄로만 알았지.. 설마 내가 시신경에 문제가 생겼으리라고는 전혀 생각을 못했다.

복시는 생각보다 너무 불편했다. 양쪽 시야가 층이 져서 각각 보였기 때문에 우선은 어지러움이 있었고, 한쪽 눈을 감지 않는 한 모든 일상이 힘들었다

집안에서조차 편안하게 걷는 것 자체가 힘들었고, 모든 물체가 겹으로 보이는데다가 층이 져서 보이니 작은 물건 하나도 집기가 어려웠고 중심을 잡고 서있는 것조차도 힘들었다.

반쪽세상이 된 기분이었다. 불편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고, 일단 한쪽 눈을 감고 생활을 했는데 한계가 느껴져서 이참에 차근차근 진료를 받아보자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검색엔진에 의하면 시신경의 문제일 수도 있어서 본격적으로 진료를 받아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주말이 끝나는 월요일에 집근처 안과를 검색해서 갔는데, 안과 선생님은 노안이 와서 그렇다고,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으면 된다 하면서 안경점에 가서 안경을 맞출 수 있도록 도수를 체크해 주었다. 그때만 해도 복시만 있었지 안검하수가 본격적으로 심해지거나 한 상태는 아니어서 그런가보다 하고 생각을 했다. 안과 선생님은 눈을 피로하게 하지 말고, 가까운 곳을 볼 때는 안경을 벗고 작업을 하고, 먼 곳을 볼 때는 반드시 안경을 착용해야 한다고 했고, 가끔씩 눈을 감고 눈 휴식을 취하라고 했다. 안과 선생님이 체크해 준 안경도수 안내표딱지를 들고 안경점에 가서 안경을 맞춰 쓰고나니 시야가 조금 확보되는 듯 했으나, 여전히 복시는 그대로였다.

2~3일이 지나가면서는 오른쪽 눈꺼풀이 무겁다는 느낌도 들고 살살 가렵기도 하더니, 서서히 안검하수의 증상이 나왔다. 어느 순간 거울을 보니 나름대로 큰 눈을 가졌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는데, 오른쪽 눈이 거의 감겨있고 시야는 따로 놀고......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힘을 많이 줘야만 간신히 눈이 떠지기는 하는데, 눈꺼풀이 오래 지탱을 못하고 바로 다시 감기고는 했다.

복시증상이 계속 있는데 안경만으로의 해결은 결코 아닌 것 같아서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중앙신경외과를 찾아갔다.

한참을 기다려서 진료를 봤는데, 신경외과 선생님이 말하기를 ‘긴급히 큰병원 가서 정확한 검사를 요한다며, 최소한 대학병원 이상급의 큰병원을 가서 정밀검사를 해봐야 한다.’고 했다. 긴급할 수 있으니 바로 큰병원으로 가라며 진료의뢰서를 써주시고는 진료비와 서류발급의 비용도 받지 않았다.

신경외과를 나와서 길에 서 있는데 너무 막막하기도 하고, 기도 막히고, 왜 그동안 아무 생각을 못하고 살았었을까 자책감도 들고 그랬다. 곧바로 119에 전화를 했고, 응급차를 타고 큰 병원을 가고자 했으나, 119대원들은 증상에 관한 간단한 질문들을 하며 혈압을 측정하고는 바로 3분거리의 나은병원 응급실로 데려다줬다. 응급환자라서 가장 먼저 응급처치를 할 수 있는 최단거리의 병원을 수소문했던 것 같고, 그래서 나은병원으로 간 것 같다.

119대원들이 측정했던 혈압이 180이상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은병원 응급실로 들어가서부터는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의료진들의 도움으로 이러저러한 검사들과 더불어 혈압이 떨어질때까지는 혼자서 화장실도 못가게 했다.

가슴 엑스레이 검사, 심전도 검사, 뇌 MRI 촬영, 뇌 CT촬영을 했고, 혈압은 다시 쟀으나 여전히 180이상이었고, 긴장한 탓도 있었는지 혈압은 좀처럼 떨어지지를 않았다.

혈압이 잡히지 않아서 결국에는 혈압을 떨어뜨리는 주사를 맞고 혈압을 어느 정도 안정을 시켰다.

그렇게 혈압은 안정을 시키고, 검사결과가 나오는대로 의료진이 와서 설명을 해주는데, 여전히 복시현상은 없어지질 않았고, 오른쪽 눈은 너무 불편해서 계속 감고 있었다. MRI와 CT상으로는 큰 이상이 안보인다며 추가적으로 신경과와 안과진료를 봐야한다고 했다.

기다려서 두 과의 진료를 다 보기로 하고, 먼저 안과를 가서, 안과적인 검사를 몇 가지 했다.

후레쉬로 비춰가며 동공이 따라가도록 유도를 했고, 동공을 자세히 살펴보더니 다행히 동공은 문제가 없다고 했는데, 3번 시신경의 영향으로 복시와 안검하수가 생긴거라는 설명을 해주고, 신경과 선생님이 약처방을 해 줄 것이라 했고, 역시 정기적인 안과검진을 하라고 얘기했다.

조금 더 기다린 후에 신경과 선생님의 진료를 봤다. CT와 MRI상으로 보면 기존에 스치듯 모르는 사이에 뇌출혈의 흔적이 보이는데, 신경쓸 정도는 아니고, 우선 2주가량 약을 먹어보자고 했다.

복시와 안검하수가 회복될 확률은 높지만 간혹 치료가 덜되는 경우도 있으니 일단은 약을 먹어보고 다시 조절을 하자고 했다. 복시가 있는 동안은 불편한 쪽 눈에 안대를 계속 하고 있으라 했고, 한쪽 눈에 안대를 착용한 채로 업무를 보고 일상생활을 했다. 그렇지 않으면 어지러움 때문에 힘들거라고 했다. 신경과에서는 두 눈의 초점이 맞춰질 때까지 안대를 착용하고 생활하는 것을 권유했고, 거의 보름 이상의 시간을 안대를 착용한 채로 생활을 했다. 한쪽 눈으로만 세상을 본다는 것은 세상을 향한 마음가짐도 반으로 줄어듦 그 자체였다. 심약해지고, 조심스러워지고, 또 다른 부상을 당할까 움직이는 동안은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생활하는 속도도 느려지고, 우울감도 들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계속 검색엔진을 뒤졌다. 양방으로 복시를 치료할 수 있는 확률이 기대만큼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막막한 기분이 들었다. 빠른 시간안에 정확하게 복시를 해결하고 싶었고, 최대한 100% 낫고 싶은 마음에 검색을 하다가 발견했던 ‘경희미한의원’이 생각났다.

나은병원에서 각종 검사들을 한 이후로 일주일이 지난 시점에서야 퇴근하면서 바로 ‘경희미한의원’에 전화를 했고, 원장님과 통화를 하는데, 원장님이 내 증상과 치료율 등에 관해서

확률적인 data에 의해서 정확히 설명해 주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많은 검색엔진을 통해서 알아낸 내용에 따르면 3번 시신경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에의 증상들과 회복률, 치료기관 등을 아주 조금은 파악했었는데, 원장님의 설명을 듣고서는 골든타임에 치료가 시작되면 회복율이 상당히 높다는 걸 알게 되었고,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어졌다.

양방과 한방을 동시에 치료하게 되면 간에 무리가 가서 안된다는 기존의 상식 아닌 상식이 있었는데, 어느 블로그의 후기 중 양약을 복용하면서 동시에 한방으로도 치료하면서 회복을 했다는 후기를 보고, 그래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해서 어쨌거나 완벽하게 낫자라는 마음만 가지고 원장님께 문의를 해보니 한방과 양방 같이 치료받아도 괜찮다고, 원장님이 양방쪽에서 처방하는 약의 종류를 다 알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서 약을 써 주신다고 해서 막연하게나마 믿음이 갔다.

한약 복용을 시작하면서는 나름대로의 규칙을 정했다. 원장님 얘기처럼 기름진 음식, 밀가루, 술, 돼지고기 등은 철저히 먹지 않도록 노력했다. 하루 두 번 중탕을 해서 한약을 먹기 시작했다.

나은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은 식후에 먼저 먹고 그로부터 30분 후에 한약을 중탕해서 먹고, 음식도 되도록 인스턴트나 밀가루 등은 자제하고 미역국, 된장국, 김치, 나물, 현미를 곁들인 잡곡밥등 한식으로 먹기 시작했다. 입에 달고 살던 커피도 일체 마시지 않을 정도록 복시치료는 내게 절박한 숙제였다.

원장님의 얘기에 따르면 안검하수나 복시는 나아가는 과정이 더딜 것이라고 했고, 계단식으로 나아감을 느낄 것이라고 했기 때문에 당분간은 어쩔 수 없이 불편하더라도 급하게 마음먹지 말자며 스스로를 다독이며 느긋해지려고 노력했다.

무엇보다 잠을 잘 자야 하고, 핸드폰, TV, 컴퓨터 등의 시력을 써야만 하는 것들은 자제하고 차라리 음악을 실컷 들으라는 원장님의 조언에 따라 철저히 지키려고 노력했다.

매일을 거의 새벽 2, 3시경까지 컴퓨터와 TV를 동시에 틀어두고, 핸드폰 화면을 들여다보면서 하루를 마감하던 생활에서 12시 이전에 잠들도록 노력했고, 수면 환경도 신경을 썼다.

소음은 들리지 않도록 차단했고, 외부의 빛이나 실내의 작은 조명이라도 최대한 가리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온도도 숙면에 적합한 정도를 맞추어 짧은 시간을 자더라도 최대한 깊은 수면에 빠질 수 있도록 노력했다.

1주일이 지나도 큰 차도는 없었고, 답답한 마음이 많이 들어서 힘들었지만 시간아 가라하면서 느긋하려고 많은 노력을 했다.

2주일이 지나면서는 원장님 말처럼 큰 차도는 아니지만 단계적으로 복시가 아주 살짝 좋아짐을 느꼈고, 한편으로는 마음이 놓이면서 치료법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신했다.

혼자서도 꾸준히 핸드폰 카메라로 위아래좌우방향으로 눈동자를 굴려가면서 셀프로 사진을 찍어보니 3주차에 들어서는 복시가 거의 사라졌음을 느꼈지만 꾸준한 치료만이 답이라는 걸 확신하고 계속 규칙적인 생활과 한약복용에 힘썼다.

그렇게 한약을 꾸준하게 아침저녁으로 먹어가면서 양약도 먹다가 2주차쯤에 나은병원 진료를 갔더니 신경과 선생님이 좋아졌다며 이젠 오지 않아도 된다고 했는데,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1주일치 약을 더 처방해 달라고 했다. 약을 줄여서 처방해주마며 약처방을 받아와서 1주일치 양약을 더 먹었다. 물론 식생활과 수면, 한약도 꾸준히 복용하면서 말이다.

나은병원에서는 치료가 끝났다고 했지만,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아직 몸상태가 예전같지 않아서 한방치료는 꾸준히 해야겠다 마음먹었다.

회사일과 가정일을 모두 해내면서 내 몸을 챙기지 않게 되고 그로 인해 언젠가부터 냄새도 잘 못맡게 되고, 맛도 잘 못느꼈었다. 어느 병원에서는 나이가 들어서 면역이 떨어지다보니 비염이 생겨서 비염의 영향이라고 하기도 했었다.

한약치료를 하면서부터 신기하게도 어느 순간 맛이 제대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냄새도 정상적으로 맡게 되고...... 1년이 넘는 시간동안 맡지 못했던 아주 세밀한 냄새까지 맡게 되었을 때의 즐거움이 새삼 생각난다. 음식을 만들면서 짠맛을 주로 느끼지를 못해서 나물무침등의 반찬을 만드는 것도 주저하게 되고, 국 간을 못해서 짜다는 가족들의 얘기도 들었었는데, 혀가 다시 입맛을 찾고 나서는 음식간도 다시 잘 할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 몸의 막힌 부분들이 순환이 되는 느낌이 자주 들어서 좋았다. 배변도 아주 원활한 편이 아니었는데, 매일 일정한 시간에 화장실도 가게 되고, 숙면도 하게 되고, 복시만 시간이 걸린다는 느낌이었지 몸의 컨디션이 월등히 좋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전에는 나름대로 건강을 챙긴다고 오메가3, 폴리코사놀, 마그네슘, 유산균, 비타민C, 종합비타민 등 몸에 좋다는 것들을 챙겨먹었었는데, 한약복용을 시작한 이후로 우선 모든 것들을 끊었음에도 불구하고 몸의 순환이 잘되는 느낌이었다.

한약 복용후 3개월이 지난 지금은 복시는 완전히 사라졌고, 원래대로의 정상적인 일상을 살고 있다. 식생활은 아주 잘 지키지는 못하고, 밀가루며 돼지고기등을 자주 섭취했는데 아직까지 건강상의 변동은 없지만, 많이 조심해야함을 느낀다.

복시가 생기고 나서 눈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게 되었고, 다시 그런 불편함과 걱정을 겪고 싶지가 않아서 생활습관을 바꿔보고자 노력중이다. 제일 큰 발전은 늘 입에 달고 살았던 커피를 10분의 1로 줄인 점이다. 그리고 밀가루도 덜 먹게 되고, 한식위주의 식사를 꾸준히 하게 된 것이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는 것이 답이라는 너무 뻔한 진리를 외면하며 나는 괜찮을거야라고 잘못 생각하고 살았던 지난날들에 많이 반성중이다.

건강은 건강할 때 잘 챙겨야 한다. 복시가 해결되고 컨디션도 돌아왔으니, 이제는 본격적으로 건강해지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고자 한다.

복시와 안검하수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고, 이해시킨 다음 나아가는 과정에 겁먹지 않도록 단계적으로 증상을 설명해주고, 무엇보다 한약을 잘 처방해서 복시와 안검하수를 완전하게 해결해주신 ‘경희미한의원’ 원장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친절하게 맞아준 한의원 분들에게도 감사드린다.